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의 어둠이었으나 그에게는 아무런 방해도 되지 않았다.
인공을 가해 다듬은 듯 동굴 안은 평평하게 손질이 되어 있었다. 화물알선소 속으로
들어가자 어슴푸레한 빛 속에 한 명의 괴인이 벽쪽으로 얼굴을 돌린 채 앉아
있었다. 일신에 걸치고 있는 옷자락은 거의 삭아 부서져 내려 반신이 드러날
정도였다. 그에게 다가서며 입을 열었다. 한쪽을 찾으러 온 녹림맹의 삼대맹주요.
싸늘했고 위엄이 어려 있었다. 여전히 등을 돌린 채 괴이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일면 기쁜 듯 슬픈 듯 종잡을 수가 없었다. 사정이 어떤지를 관계치 않는 사람이다.
이삿짐보관창고 발견하고는 흠칫 놀랐다. 소검이 거꾸로 솟아있는 방석으로 수십
자루의 소검이 괴인의 엉덩이와 허벅지에 깊숙이 꽂혀 있었다. 사무실이사전문업체
마음을 금치 못했다. 보여주는 이유는 바로 그 어떤 혹형이나 독형을 가해도 입을
열지 않는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 아닐까 고개를 끄덕이며 입술을 지긋이
깨물었다.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녹림령을 되찾으려는 각오였다. 단몽경의
심중을 아는 듯 모르는 듯 괴인은 여전히 돌아앉은 채로 입을 열었다.
경상북도 영덕군 영덕읍 남산리 36441
시구를 외우겠다. 괴인은 단몽경이 반문할 여유도 주지 않고 시를 읊기 시작했다.
허허부생 만생고해재 천심만부언 시시즉색공. 이삿짐보관창고 괴인은 천천히
시구를 읊었다. 뒤에 정좌하고 앉아 있었다. 읊은 것은 일종의 선시였다.
이사비견적 자에 달하는 선시 읽기를 끝내자 괴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단몽경의 입술이 열렸다. 줄줄이 읊어져 나왔다.
한 구 한 자도 틀림없이 괴인이 읊은 시구를 고스란히 외워내는 것이 아닌가 충격을
받은 듯 미동도 않던 몸이 흔들렸다. 달하는 시구를 완벽히 암송한 후 굳게 입을
다물었다. 이사노하우 말도 하지 않았다. 나왔다. 입가에 희미한 웃음이 떠올랐다.
단몽경을 향해 돌아앉으며 말했다. 오천 자만 외워도 통과였는데 한 자도 틀리지
않고 외울 줄은 몰랐다. 단몽경은 흠칫 놀랐다. 이삿짐보관창고 괴인은 몹시 말라
흡사 뼈에다 가죽만 걸쳐놓은 것 같은 모습으로 마치 고행하는 석가모니와 같았다.
머리에는 아홉 개의 계인이 선명히 찍혀있었다. 이삿짐보관창고 번쩍이는 눈빛으로
단몽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시험은 나와 하루 동안 눈싸움을 하는 것이다.
11월이사손없는날 단몽경은 뜻밖의 말에 흠칫했으나 곧 고개를 끄덕였다. 하여간
좋소. 아무튼 난 물건만 찾아가면 그만이니까. 두 사람은 서로 마주보고 눈싸움을
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