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을 동시에 조명하게 되는 운명적인 이 이야기는, 어쩔 수 없이 이 곳에서 시작될
수밖에 없다. 성 밖에서 마차 한 대가 들어왔다. 이삿짐보관이사 실린 울타리 속에는
머리를 길게 풀어 헤친 죄수가 타고 있었는데, 그 몰골이 비참하기 짝이 없었다.
치부만 가리고 있는 누런 마의는 도저히 옷이라고 할 수도 없었으며, 양쪽 손목은
쇠사슬로 묶여 있었고, 목에 걸린 목쇄를 두 손으로 간신히 받치고 있었다.
죄수는 옴짝달싹 못하고 북경에서 지옥성까지 먼 길을 마차 위에서 흔들려 왔던
것이다. 이사대기업 불구하고 죄수의 움푹 꺼진 눈은 시퍼런 안광을 쏟아 내고
있었다. 눈에서 쏟아지는 시퍼런 눈빛을 보고, 그가 대역죄인이리라고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건, 폭력상해 삼백육십삼건, 강간 사십오 건, 인신매매 총 백팔십이 건 외
다수. 특기사항:난폭자 亂暴者 로서 탈출의 명수인 바, 요주의 인물. 물품장기보관
지방에서 악명을 떨치던 한 흉인의 신상이 비교적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강원도 횡성군 공근면 청곡리 25206
흐르는, 비대한 체구의 금의노인 錦衣老人 . 물품장기보관 달려 있었다. 년 동안
지옥성을 관장해 온 구유대인 왕옥상 王玉上 의 신분을 나타내는 호패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왕옥상의 얼굴엔 따분하고 거만한 표정이 잔뜩어려 있었다. 자금성에
들어가면 겨우 종칠품 죄수장의 직급에 불과하나, 이 지옥성 내에서 왕옥상이라는
이름은 삼만이 천여 명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흔드는 절대군주와도 같았다.
지옥성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호화롭고도 넓은 정실이었다.
지금 구유대인 왕옥상은 교의에 깊숙이 등을 기댄 채 단하에 우뚝 서 있는 육중한
체구의 사나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물품장기보관 왕옥상의 입가에 희미한
비웃음이 떠올랐다. 거물이 잡히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 그래, 어쩌다 잡히고 말았나
외눈에서 뿜어지는 눈빛이 마치 야수 같다고 하여 독목혈리라 불리는 이 사내.
화물차요금 왼쪽 뺨 깊숙이 파인 지렁이 같은 흉터를 징그럽게 실룩이며 씹어 뱉듯
대꾸했다. 발 아래로 가래를 뱉어냈다. 과일이 있다는 말은 한 번도 못 들었소.
위에 싯누런 가래가 엉겨 붙었다. 2.5톤용달 붉은 모피 융단의 탐스런 광택 위에서
그것은 기묘한 부조화를 이루어 냈다. 물품장기보관 힐끔 본 뒤 중얼거렸다. 말이
떨어지자마자 한쪽 구석자리의 서 기가 뭔가를 급히 기록했다. 문득, 왕옥상의
시선이 몹시 무료한 빛을 띤 채 허공으로 향해졌다. 뒤에 우뚝 서 있던 중년인이 즉시
허리를 굽혔다. 인상을 풍겼다. 야간이사 자리가 있을까 황충의 강직한 얼굴이 흠칫
굳어졌다. 따라서 가장 죄질이 나쁜 죄수들만 수용되고 있었다. 구십구호 뇌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