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오고 있는 군웅들은 모두 아무 생각이 없었다. 내리는 절벽과 솟구쳐 오르는
독침,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 보려고 발버둥치다 처참히 죽어 가던 사문의 존장과
동료, 수하들의 모습이 선하게 떠오르고 있을 뿐이었다. 원룸이사청소 군웅들의
눈엔 눈물이 맺혀 흐르고 기계적으로 제갈천의 발자국을 따라오고 있었다.
오르막이 있었고, 그 오르막을 다 오르면 다시 내리막이 있었다. 하루 종일
허벅지까지 차오른 눈을 헤치며 걷고 또 걸었으나 아직도 하늘이 보이지 않는
빽빽한 원시림에 있는 것으로 보아, 장백산을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았다.
해가 먼저 진다는 말이 저절로 생각나게 금방 사위가 어두워져 갔다. 이사종류
자칫 앞사람을 놓치기가 십상이라는 생각에 제갈천은 군웅들에게 쉬어 가자고
하였다. 매서운 북풍한설을 막아 줄 동굴조차 발견하지 못한 일행은 쌓여 있는
눈을 뭉쳐 벽돌처럼 만든 후 차곡차곡 쌓아 벽은 만들었으나 지붕은 만들 수가
없었다. 이사견적비교 캄캄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대낮처럼 볼
수 있기에 나뭇가지들을 잘라 얼기설기 벽 위에 걸쳐 놓고, 다시 추위를 막아 줄
모닥불을 피우기 위하여 장작을 만들어 왔다. 군웅들은 제갈천이 구해 온
장작으로 불을 피우고 건량을 먹은 후 모닥불 주위를 빙 둘러싸고 잠이 들었다.
광주 북구 신용동 61073
설사 기습이 있었다 하더라도 사람 키보다 높이 쌓은 눈 벽돌을 뛰어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기에 큰 피해는 없었을 것이다. 이사종류 날도 하루 종일 장백산의 산
속을 헤매고 다녔다. 이날은 서둘러 눈 벽돌을 만들고, 장작을 구해 놓았고,
불침번을 정해 밤새도록 불을 피워 추위를 막으며 잠이 들었었다. 물품보관비용
떼가 가까이 왔는지 노린내가 진동을 하였고, 그 바람에 모두들 깨어나 한동안
긴장을 하고 있어야 했다. 지난밤에 자신들을 노리던 늑대들의 수효가 무려 삼백
마리가 넘었었다는 것을 알고 등골이 오싹하는 기분을 느껴야 했다. 오 일째가
되자 이제 군웅들은 지치기는 하였으나 눈 벽돌을 만들고 장작을 만드는 일이
능숙해졌고, 모두들 제갈천의 지시에 따르고 있었다.
슬며시 빠져 나와 천무신법으로 허공에 올라사방을 둘러보며 다음 날 갈 길을
미리 보곤 하였다. 첫날과 둘째 날엔 하산을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장백산의
더욱 깊은 곳으로 갔었음을 알았다. 하루면 하산할 수가 있으나 군웅들은 나날이
지쳐 가 발걸음이 늦기에 아무리 강행군을 해도 십 일은 더 가야 했다.
포장이사짐보관 하산을 시작한 지 십오 일째 되는 날에도 눈 벽돌로 바람막이를
만들고 그 안에서 모두들 쉬고 있을 때, 밖으로 나온 제갈천이 천무신법으로 몸을
날렸을 때 멀리서 불빛이 보였다.
그 불빛은 내일 하산할 방향과는 거의 반대 방향이었다. 호기심이 생긴 제갈천은
그곳을 가 보기로 하고, 군웅들에게 돌아와 내일 갈 방향을 자세히 알려 주었다.
이제 그들은 반나절만 가면 장백산을 완전히 벗어난다는 말에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하였다. 다른 일로 잠시 어디를 다녀올 터이니 걱정하지 말고 기다리라 하고,
만일 아침까지도 돌아오지 않으면 그냥 하산을 하라고 하였다. 정신적인
지주였던 제갈천이 못 올지도 모른다는 말에 섭섭해 하였으나, 만일 중원으로
가면 꼭 사해표국에 들려 은혜를 갚겠다고 하였다. 물어 보니 소림의 승려 둘,
무당의 도사 하나, 개방의 거지 아홉 외의 열아홉 명은 곤륜의 제자 하나, 청성파
셋, 종남파 둘, 공동파 둘, 장강수로십팔채 셋, 약왕성수곡 하나, 사황사존궁 둘,
섬전쾌검각 다섯이었다예전부터 사해표국과는 필요에 의하여 은원이 없었기에
모두들 동방호로 역용한 제갈천에게 스스럼없이 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