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 열 서너 살이 되자 여묘수는 차츰 변해갔다. 조부인 여인모는 온화한 성품에
예의 범절이 몸에 익은 자상한 분이었다. 또 이해할 수 있었다. 이사보관 여묘수의
뚱딴지같은 질문에 귀철은 저게 책만 읽더니 드디어 머리가 어떻게 되었구나 하고
별 뜻 없이 대답하면, 같은 게, 생각 좀 하고 살아라. 힘만 키우면 뭐해. 곰이 힘이
없어서 사람한테 쓸개를 내어주니 이 바보야.
해, 심지어 먹는 음식까지도 일단 대상이 무어든 간에 말문이 트였다 하면 여묘수는
말을 한 보따리씩 풀어놓았다. 티비이사 귀철은 말문을 닫아 버렸다. 귀철이가
아무리 무대응으로 일관해도 오후가 들어서면 어김없이 나타났다. 사부님도 표국에
들어가셨니 무슨 일이 생겼나 층간이사 안하고 있었지만 궁금하기는 했다. 이상
말을 꺼내놓지 않았다. 놓은 나무에 다가 가서 요기저기 살펴보기도 하고 홍포환에
의해 뚫려있는 구멍 높이를 자기 키와 견주어 보기도 했다. 폴짝 뛰어 귀철 곁으로
왔다.
강원도 평창군 방림면 계촌리 25364
던졌다. 모양이었다. 원룸이삿짐비용 개를 빼어 들었다. 보기에는 장난감 같은
것이었지만 여묘수는 무슨 절기나 되는 것처럼 연습을 하곤 했다. 무공을 한번
겨루어 보자고 했다. 티비이사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발짝만 뒤로 물러서도 너를
누님으로 부르지. 호호호. 사나이 대장부가 두말하기 없기야.
걱정이었다. 그리고는 모래를 뿌리듯 홱 집어 던졌다. 티비이사 쏟아져 들어오는
침들을 가볍게 한 손으로 털어 버리고 그대로 여묘수를 덮쳤다. 무릎 위에 엎어져
누운 꼴이 되었다. 소량이사 두 대나 패줬다. 입을 앙다문 여묘수의 얼굴은 붉게
물들었는데 곧 터질 것 같았다. 연무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부은 엉덩이에
찜질하느라고 바쁜 모양이었다. 열 하루째 되던 날 여묘수는 다시 나타났다. 좀
놀래긴 했지만 거절할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 한 달은 저 계집애 안 봐도 될 꺼야.
귀철은 생각만 해도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