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암울한 분위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불빛이 새어나오는 천막에는 아무
말 없이 묵묵히 행장을 꾸리고 있는 젊은이들이 있었다. 자들이나 뒤에 서서
그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보는 이들이나 아무 말 없기는 매한가지였다. 행장을
어깨에 걸며 몸을 일으켰다. 일으키고 오랫동안 침식을 함께 해왔던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당일이사청소 과거 사해문을 멸하는 데 동참하셨소. 내가
여기 있다면 여러분들에게 폐만 끼치게 될 것이외다.
이해하네. 부디 몸조심하게나. 시중을 들고 싶었으나 처지가 용납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사비 동료들의 배웅을 받으며 그는 쓸쓸히 몸을 돌렸다. 씁쓸할
수밖에 없는 이별이었다. 언덕 위에 올라가 횃불로 환하게 밝혀진 친견장소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 시간이라면 어김없이 불이 꺼져있기 마련이었으나
오늘은 몇몇 사내들로 인해 어수선하기 짝이 없었다. 사무실이사짐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앞에 앉아 있던 허영소가 입을 열었다.
전라남도 영광군 불갑면 순용리 57059